내 첫 소개팅.



25살, officially한 첫 소개팅을 했다.

# 01. 발단
동생이 최근 회사의 사수와 연애중이다. 나와 천년만년 모쏠로 살것처럼 굴더니...(배신감)
프랑스에서 만난 동생이 최근 썸을 탄다. (정기고!!!!!!!!)

# 02. 전개
술 먹고서 대화하다가 흐르는 말로 '나 소개팅 좀'이라고 말해버렸다.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말하면서도 '그리 쉬울리가'라는 생각을 하며 돼지고기 숙주 볶음과 맥주를 열심히 먹었다.
그러나 10분 후 바로 소개팅이 성사됬다. 


정확히 일주일 후, 만났다.
내 이상형과도 거리가 멀고, 나와 타입도 다르며, 나와 공통 된 취미도 없다.
그동안 쌓은 비즈니스적 사교로 3시간을 버텼다만 두번 만날 생각은 없었다.
애프터 할 생각도 없었지만 애프터 당할거라고도 생각 못했다.
-나는 나의 마이너스 적 사고와 행동패턴을 가감없이 말했다.-

근데 헤어질 때쯤, 권유도 아니고 확정된 말투로 '우리 다음엔 연극 보죠.'
거기서 '싫어요.'라고 따끔하게 말했어야 했을까?
성격 상 아마 그건 무리...
그 후로 드문드문 카톡이 오지만 마음이 무겁고,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고, 부담스럽고.

곧 다시 만난다.
'친구들에게는 한번으로는 상대를 알 수 없으니 한번 더 만나는거다.' 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내 안에서 이미 이 관계를 이어갈 생각은 없다.

어떻게 하면, 어른스럽게, 상대방에게 실례가 아니게 거절할 수 있을까.

PS 내가 연애 밸리 발행이라니!!! 10년은 이르다 생각했거늘...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



#. 올해 5월 말에 귀국했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9개월이었다. 실질적으로 수업을 들은건 5개월이 안됬던 것 같다. 태만의 나날이었다. 부끄럽다.

#. 그동안 여행하며 적어왔던 여행일지와 여행한 곳에서 구입한 엽서들, 내가 프랑스에서 구입한 원서들과 미술원화 책, 교과서들을 보낸 택배가 오지 않았다. 공중에서 분해됬나보다. 여행지에서 썼던 일기라 매우 아쉽다. 아날로그를 동경한 디지털 세대의 최후같은... 엄청나게 슬픈 일은 아닌데 가끔 돌이켜 보며 아쉽네, 아쉬워 하고 한탄할 사건이다.

#.  나이가 많다고 유세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나도 이제 20대 중반이고 우리 가족일에 끼어드는데 어리다는 이유로 건방지다는 소릴 들은 것은 진짜 분하다.

#. 치아 교정을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쓰다 남은 돈과 야금야금 저축해놨던 돈으로 거사를 도모했다. 졸업까지 3학기가 남은 시점이라 지금 하면 내가 취업전선에 뛰어 들때 쯤이면 나도 가지런한 이를 가질 수 있을 듯하다. 치아를 교정하고 3개월이 지나는 지금 깨달은 일 중 하나는 처음 교정기를 부착할 때보다, 이빨을 뽑을 때 보다, 이빨을 뽑기 위해 마취를 하는 것보다, 철사를 가는 것이 더 아프다는 사실이다. 왜 이런 고통이 내게 오셨나하고 유추해 본 결과 그 동안 이를 가지런히 하기 위해 교정기가 계속 이에 힘을 줘서 치아가 약해진 와중에 평소 주던 힘보다 더한 힘을 가하니 그 충격이 약해진 치아에게는 큰 파장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저 유추일 뿐이다. 어떤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의외로 잇몸에서 피가 나오는 것은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닌가보다. 나는 여태껏 잇몸에 피가 나면 그 부분을 피하고 살살 닦았는데 치과에서 잇몸에서 출혈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아 물었더니 -피가 자꾸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을 견디다 못해-  원래 잇몸에서 피가 나오는 것은 잘 닦지 않아서 - 여기서는 자주가 아니라 깨끗하게 꼼꼼히의 의미다.- 그러는 거니 오히려 그 부분을 잘 닦으라고 말하더라. 정말로 박박 닦았더니 요새는 잇몸에서 피를 보는 일이 전혀 없다. 그 동안 나는 내 잇몸이 매우 약한 줄 알았는데... 교정하면서 꼼꼼히 닦으니 전체적으로 치아 건강에 이상이 생길 일은 없을 듯 하다. 

#. 이사를 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2년까지 있었던 동네로 다시 돌아왔다. 뭔가 부끄럽고, 역은 멀고, 운동할 곳은 없고, 원두를 구입하던 로스팅 까페와 치과는 멀어지고, 학교 가는 시간은 똑같고. 어쨋든 불만과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다. 가장 싫었던 건 중학교 친구들과 다시 봤는데 내가 없던 시간을 고스란히 느끼는 점이. 이도저도 아닌 기분이라 중학교 친구들이 여럿이서 모인 자리는 가고 싶지 않다. 친구들을 보러 가는게 싫어지는 것이 제일 싫다!!!

#. 국가장학금을 받았다. 사실 3개월 논 것에는 이런 연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지. 얏호! 내가 엄마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빤빤히 놀면서 치아교정하고 이것저것 사던 내 모습에 불안했나보다. 국가장학금 받는다고 말한 날 내 등짝은 벌겋게...

#. 끼리끼리 논다고 내가 연락 안하면 지들도 안하지. 그래서 내가 했다. 거진 4년만의 연락인가? 아휴 무심한 인간들, 아휴 무심한 나같으니라고. 메신저도 있겠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 개강했다. 무슨 개강이 8월이냐 물으니 우리는 빨리 방학했다는 대답만 들려오고. 그래서 뭔가 들어본 적도 없는 계절학기 듣는 기분으로 2년만에 학교를 갔다. 학교에 오니 내가 프랑스에서 9개월간 있었다는 일이 엄청 현실성 없이 느껴진다. 이도저도 없이 붕뜬 이 기분.

PS. 카테고리가 민망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습관.



프랑스에서 살게 되면서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랸 마음에서인데 이제 3번째 여행을 떠난다.- 부산도 가본 적 없는 내겐 굉장한 횟수다. - 그런데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게 내 성격에 비추면 한 없이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청소다. 맨 처음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한없이 게으른 인간이라 청소는 커녕 내 몸 하나 닦는 것도 버거운 사람이다. 그런데 여행을 가기 전엔 사람이 바뀐 듯 온 방안을 다 털어내서 청소한다. 여행기간이 짧든 길든 상관 없다. 선반에 있는 물건도 모두 옮기고 옷도 다시 갠다. 걸레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닦고 닦고 또 닦는다. - 유럽의 먼지는 질긴 구석이 있다. 닦았는데 왜 남아 있니? - 화장실도 싹 청소하고 냉장고도 비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불빨래다. 마지막은 언제나 요와 이불커버를 빠는 걸로 마무리 된다. 가장 이상한 점은 내가 그리 하는데 결코 귀찮거나 싫지 않다는 점이다. 맙소사. - 우리 엄마가 안다면 여행만 보내려 할지도 모른다. -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가기 전 캐리어를 한쪽 손으로 잡고 뒤를 돌아 호텔마냥 온기 없는 방을 쓰윽 보고는 문 손잡이를 잡고 돌린다. 

내가 생각해도 나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이 습관을 돌아보면서 생각한다. 내가 돌아오고 싶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여행이 되길 바라기 때문인가? 사실 그냥 단순히 여행에 지친 몸으로 돌아왔을 때 쾌적한 방이길 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 마른 이불커버에 이불을 넣고 섬유유연제 냄새가 남은 빳빳한 이불 느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잠드는 것 또한 여행 마지막의 즐거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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